About The Search in Posts


서러웠던 어제밤, 잊혀지지 않는 그사람


집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외부 학회에 들렸다가, 무리한 일정을 간신히 소화하고 연구실에 다시 들어와서
무거운 어깨를 들쳐메고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눈에 확 들어오는 한 사람.

약간 통통한 허벅지, 새하얀 피부에
약간 아담하다 느껴지는 키,
가장 최근에 나에게 보여줬던 그 머리스타일.
웃을 때 살짝 들어나는 덧니에,
그.. 그 웃음소리까지.

정말 멍하니, 계속 쳐다보고만 있었다.

너무 과하게 쳐다보았는지, 그 사람이 날 의식하고 쳐다보았다.

다행이야, 그녀가 아니야.
정말 너무나 너무나 닮았던, 다른 사람일 뿐이야.

귀여운 청치마에 면티, 파란색 헐렁한 가디건, 밝은 쥐색 컨버스 신발.
그녀가 자주 메던 것과 정말 비슷한 크로스백.


그렇게 쳐다보다가, 문득 머리속에 온통 잡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잡고 싶어.

하지만 또 이런 쪽엔 심하게 소심해진 나는 온통 마음에 갈등으로,
또 머리속으로 일을 섞어보고 있었다.

같이 있던 친구가 두명이나 있었던 것 같다.
객관적으로 따지자면, 나머지 두 친구의 외모가 나아 보였을 수도 있지만
오직, 예전 그녀와 겹쳐보이는 저 사람만이 보였다.
내 앞에 서서 팔걸이를 무게중심 삼아
이리저리 흔들리던 여러 사람들이 그 순간 너무 짜증났다.

결국, 구로역에 내려 전철 창밖으로 나를 의식하는 눈빛을 보며
그렇게 지하철을 떠나보냈다.

잊기로 했잖아.
그냥 닮은 사람이야.
이렇게까지 흔들릴 이유가 없잖아.

그런 마음을 먹고 집에 도착해서,
밤새 뒤척이다 그 날짜를 정의했다.

내 일생에 몇안되는, 오늘의 나를 후회하는 날로.

수원 방향 기차를 타고 간 그녀를
혹시, 혹시라도 다시 보게 될까봐
오늘도 일부러 지하철을 골라 탄다.

주여,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다시는 이런 후회 남겨놓지 않겠습니다.

제발, 그녀를 잊게 도와주세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9/29 23:48 2010/09/29 23:48

About this entry




Tag Cloud

Authors

  1. 젭군

Categories

Blog (794)
일상 (140)
사진 (605)
컴퓨터 (15)
게임 (17)
음악 (4)
도전과제 (0)

Menu

Counts

  • Total : 62906
    Today : 15
    Yesterday : 27

Notice

Calendar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History